epilogue.

귀금속과 전통공예품 상가가 즐비한 종로 묘동의 돈화문로에 면한 땅에 귀금속 회사를 위한 매장과 사옥을 구상한다. 

종로라는 역사 깊은 도시에 어떤 건축이 들어서야 할까? 

고민을 거듭하던 끝에 얻은 결론은 하나의 묵직한 매스(mass)의 원석(原石)을 1차 가공한 듯이 다듬어 기존 오래된 도시와 건물들 사이에 끼워 넣는 것이었다. 

귀금속 사옥으로써 의미를 표현하되 단순한 유행에 머무르지 않고 오래도록 존재감을 드러내는 건축물을 구상하였다. 

역사가 깊은 도시에 건축물 설계한다는 것은 여러 가지를 생각하게 한다.

그 첫 번째는 균형(balance)으로써 주변 건물들 속에서 조화 또는 변화를 어떤 식으로 해석할 것인가인데, 주어진 땅에 의한 평면적 형상을 그대로 볼륨화하여 도시조직을 따르고 가로에 면한 주변 건축물 높낮이를 잇는 경사지붕 흐름을 통해 가로변 스카이라인(sky line)이 자연스럽게 이어지도록 하였다. 그리고 덤덤한 콘크리트벽돌이라는 재료를 통해 노후화된 인접 건축물 사이에 오래된 듯 슬며시 자리잡게 하였다.

두 번째는 관계(relation)로써 도시 가로와의 관계이다. 저층부는 매장의 성격상 투명한 외벽을 구상하면서도 삼각형 코너창을 통한 독특한 시선교류 및 영롱쌓기벽을 통한 반투과적인 변화를 주었다. 2층의 외부로 열린 깊은 테라스는 지상의 가로와 입체적인 관계를 맺으며 가로의 분위기를 수직적으로 시각적 확장할 수 있겠다는 의도로 설계되었다. 상층부는 내부에 중정을 둠으로써 외부는 담백한 벽체로 남겨두어 다소 혼잡스러운 가로 분위기에 여백의 느낌을 주고자 하였다.

마지막으로 건축물 디자인과 디테일은 오래된 역사 깊은 도시 속에 긴 생명력을 유지할 수 있도록 간결함을 원칙으로 건축물 내외부를 구성하는 모든 구성요소에 있어서 절제된 설계 및 시공이 이루어졌다. 

특히 외벽재료인 콘크리트 벽돌은 원석이라는 설계주제에 맞는 묵직한 재료로써 무(無)줄눈 공법으로 시공되어 멀리서 봤을 때는 담담한 덩어리로 느껴지고, 가까이 다가섰을 때는 하나 하나의 벽돌이 골드바(gold bar)를 은유하며 건축적으로 무심히 다듬은 원석과 같은 담박한 멋이 느껴질것이라 기대한다. 

벽돌은 사람이 손으로 하나하나 쌓은 것이라 그 정성이 더해져 건축물에 근원적 생명력을 불어넣는 좋은 재료로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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